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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목요일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 또렷해져, 기억이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몸에 새겨지는 것이고 삶 자체임을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것으로 되어, 어떤 기억일지라도 자기 삶의 귀중한 자산으..
11월 7일, 목요일 벌써 11월입니다. 막바지 가을 단풍이고, 위령성월 시작한지도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몇 일 전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일도 일이려니와 병원 진료도 함께 했습니다. 년 초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을 훑어보니, 매 달 최소한 한 번은 병원에 갔더라고요. 그것도 병문안이 아니..
4월 15일, 월요일 레이진, 지금 하고 있는 사도직에 대한 고민을 나누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이고 하느님께서 주관하는 일이지만, 그 일을 맡은 사람으로 열정과 정성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맡겨진 일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말씀하셨지..
3월 16일, 토요일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두툼한 옷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아닙다. 매서운 겨울 바람속에 봄기운이 조금 섞여 있고, 그 바람이 지나간 뒤를 봄바람이 따라옵니다. 추위로 얼었던 흙덩이가 봄바람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지난 가을 새롭게 만든 임도 주변의 ..
10월 28일, 일요일 짧은 소식이지만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해 주었습니다. 가난한 사람, 쫒기는 사람, 숨어서 살아야 하는 사람과 20여년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슴이 아리합니다. 누구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애를 태우고 답답해 하고 두려워하면서 보냈던 시간이었죠..
10월 25일, 목요일 레이미. 소식 잘 받았다.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 사람이 아닌것처럼 사는 것이어서 더욱 힘들 것이다. 너가 야뽁 강가의 야곱처럼 믿음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곱처럼 그 싸움에서 새벽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 싸움에서 너가 상처도..
10월 7일, 일요일 레이민, 오랫만에 소식 전해주었네요. 요즘 처럼 자기 소식 전하기 쉬운 때여서 반갑기도 하면서 생소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전에는 비교적 길게 소식을 전하던데, 이것 또한 세태의 흐름을 따른 것인지, 짧게 썼지만. 쓸것이 없고 말할 것이 없고, 그래서 다른 사람과 ..
7월 9일, 월요일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는 날이길 빈다. 수도자는 교회의 일꾼만으로 충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교회가 보편교회든 수도공동체든.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맺음이 무엇보다 우선인데, 이것이 파묻히거나 후순위로 밀리게 될 가능성이 항상 있다. 인격적인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