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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일요일 700미터 지리산 중턱이었다. 맑고 맑은 여름 밤이었다. 낮의 열기가 서늘함에 밀려가고 있었고 맑은 공기로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하늘의 별들 유난히 많고 밝았다. 산 아래 마을과 도시에서 상상으로나 가능한 풍경이었다. 별을 보기 위해 높은산으로 사막으로 광야로..
6월 30일, 토요일 스승이 없어 안타깝다 인간됨의 길을 몸소 보여주시며 한 발 앞서 가시는 분 깊은 숲속에 있을 때 자신의 키도 커진다고 하는데 그저 고만고만한 자기 벌어 자기 먹고 살기에 바쁜 그래서 그냥 흘러가버린 아쉬운 것이 많은 시간들 길을 찾고 도를 구하는 마음으로 스승..
6월 28일, 목요일 어둠속에서 시각은 죽지만 다른 기능은 살아난다. '봄'과 '앎'의 분별은 없어지고 주관과 객관의 분열은 없어진다. 어둠은 구별이 없는 부동이며 불변이다. 모든 것이 통째로 다가오며 하나로 되어 태초이고 죽음이고 종말이다. 어둠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생명의 원천이..
6월 13일, 수요일 사람들은 말한다. '놓아버려!' 그러면 살 수 있다고 자유롭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어떻게 해서 손에 쥔 것인데 얼마나 많은 시간 공들여 얻은 것인데 얼마나 많은 희생의 결과인데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을 부정하지 않으면 그것을 바라고 추구하며 살았던 삶을 부정하지 ..
6월 11일, 월요일 땅으로 올라와 있는 배 녹슨 철로 위의 기차 복원된 해저 유물선 박제된 독수리.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들만의 슬픈 이야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러하다. 아빠가 엄마가 부인이 남편이 선생님과 제자가 사제와 신도가 자..
6월 10일, 일요일 바로 세워진 세월호 잊을 수 없는 잊지 말아야 할 슬픔과 아픔과 혼란과 맑음과 정의와 사랑과 기억이 간직되어 있고 수없이 많은 새싹들이 살고있는 흉물이 아닌 꿈의 동산
5월 18일, 금요일 뒷모습은 생소하다. 자기 모습이지만 낯설다.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초라하게 보일 때가 더 많아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싶다. 꾸며지지 않는 모습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앞모습은 꾸밀 수 있다. 뒷모습은 꾸밈보다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
5월 18일, 금요일 종이 한 장에서 백 가지 음식 맛이 난다. 먹고 싶은 것이 많지만 한 두 가지 밖에 먹을 수 없다. 우리 앞에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하고 싶다고 하여 모두 할 수 없고 한 두가지 밖에 할 수 없는 삶.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