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
기도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4. 18. 21:11
그리스도교에 입문한 지 50년 쯤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에 자신을 따르는 수도생활은 40년 쯤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이야기, 이론적인 이야기,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 그 어떤 형태로든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당혹스럽고 씁쓸하고, 슬픈 일이다. 열심히 살았고 안 살았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살았던가, 삶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던가 아니면 내가 중심이었던가, 성찰하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를 추종하는 사람으로 살았던가. 추종하면서, 그에 대해 고백하고 증거하기 위해 부단히 준비하고 있었던가. 그래서 기도한다. 주님, 당신에 대해 말 할 수 있게 당신의 말씀을 내려주소서. 당신과 저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제 삶으로 들어오소서.
-
하루살이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4. 16. 21:33
* 어떤 특정인에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냥 ‘한 사람’일 뿐이다. 주변 사람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지 갖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얼라/어린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 되기가 싶지 않다. * ‘믿는다’. 대상과 내용이 있기 마련이며, 그 대상과 내용을 한없이 긍정한다는 것이다. 긍정한다는 것은 이거저것 따져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없이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고통을 긍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고통에 의미가 있음을 믿는다는 말이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죽음에도 어떤 의미가 있음을 믿는다는 것이다. *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삶의 방식을 믿는다는 말이며, 그분의 인격을 믿는다는 말이다. 우리..
-
하루살이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4. 13. 22:05
할 이야기가 없다. 고백하고 증언할 것이 없다. 개인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반복할 뿐이다. 기도가 건조해지고, 의무감이나 타성에 젖은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깊은 신뢰와 사랑을 토대로 한 이심전심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여, 도대체 나에게 누구십니까? 당신이 살아있다고 하는데, 제가 그런 생동감을 느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팅기고 있었으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애기들은 자기 신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어른들이 자기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애기와같이 되면, 자기가 떠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표징이다. 태어날 때 어떤 고통을 감수해야 했는지, 알지 못한다. 자기를 ..
-
괴물이 되지 말자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3. 29. 20:59
“나는 괜찮아. 아무 문제없이, 맘 편하게 지낼 수 있어. 너가 나때문에 힘들고 어렵다면, 그건 네 문제이니 네가 알아서 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 있습니다. 산다는 건, 더불어 사는 것이고, 관계를 맺으며 산다는 것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다는 것이며,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자기자신을 되돌아 보며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방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자기 앞에 한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자기 좋을 대로, 자기 말만 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사는 사람,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으로 되어있으며, 자기가 하는 말을 옳으며, 자기가 하는 행동은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극히 독선적이고, 독재자이..
-
하루살이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3. 27. 21:43
오늘 무엇을 했나? 아픈 몸과 씨름하면서 보냈던 것 말고 한 것이 없다. 몸을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 다른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음‘이 좋다. 그 누구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있음‘이 편하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교향곡의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을 시작하기 전의 침묵과 기다림의 시간이다. 기다림이라고 말하지만, 뭔가 시작되고 뭔가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침묵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다른 것을 기대하면서 침묵할 때, 침묵은 변질된다. 기다림 또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기다림이어야 한다.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같은 것이어야 참된 기다림이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
어떤 사람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3. 23. 21:35
왜 그리 무뚝뚝할까.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대고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귀찮으니, 빨리 간단하게 말하라고 압박하는 것 같다. 넘을 수 없는 칸막이가 쳐져 있는 곳에 있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절박한 사람의 심정과 아무 관계없다. 그 사람 앞에서는 죄인처럼 눈치 봐가며 조심스레 이야기해야 한다. 왜 그렇게 쌀쌀할까. 나에게 그렇게 교만을 떨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내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 너희가 알기가 해, 라고 말하는 듯하다. 똑똑하고 이름이 널리 알려니고 유능한 사람도 좋지만, 살과 피를 가진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그러허게 긴 시간 공부하면서, 도대체 사람에 대해 무엇을 배웠을까. 사람을 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