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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예”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6. 10. 20:09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언제나 “예”가 있을 뿐입니다. 무엇이든 받아들인다는 말입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자기 뜻을 추구하지 않고 타인의 의견과 뜻을 따른다는 말입니다. 허무가 아니라 의미있음을 말합니다. 고통과 죽음에도 감추어져있고 드러나지 않은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자기 힘에 겨운 일, 헉헉대며 지고 가야 하는 짐,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과 무의미함을 부둥켜 안고 있음을 말합니다. 왜, 이렇게 하느냐고 묻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할 뿐입니다. 삶의 밝음과 기쁨과 환희와 설렘과 기대가 아니라 그와 상반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예’라고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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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리브리/책 요약 2025. 6. 9. 22:27
시장 경제가 독서와 글쓰기를 의심스럽게 보는 이유는 그것이 타락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침착하며 활기가 거의 없는 과정입니다. 독서는 속세에서 할 수 있는 기도로 제격입니다. 책을 읽고 있다면 설사 공항에 있더라도 사실은 자신을 감쌀 자궁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한결 같은 사색 상태에 충분히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정보통신의 영향을 차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은 다 끝난 일이라서 어떤 짓을 해도 그 내용을 바꿀 수 없는데, 이는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가는 생각과는 정반대지요. 이 사회는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주체가 되어 운명을 관장하고 바꾸려 합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의 운명은 시간의 영역 바깥에 있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있는 한 저 또한 시간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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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네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6. 5. 22:14
1986년 이곳 수도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었다. 정원의 나무들은 자리를 잡았고, 주변 숲은 울창해졌으며, 건물은 낡아졌다. 외적은 변화가 있긴 하지만,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수도원의 복도와 침실과 식당과 성당과 도서관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성당의 타우형 십자가와 감실은 전혀 바뀌지 않고 옛모습 그대로다. 4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 모습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외모만 볼 때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20대 중반의 나는 사라지고 없다. 피부는 탄력이 없고, 얼굴은 굳어있고 주름살이 많아졌으며, 키는 약간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왜소하게 보인다. 수련을 시작할 때의 순수함과 열정과 꿈과 희망과 투지는 줄어들어, 지금은 희미한 흔적으로만 있는 듯하다.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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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6. 4. 22:49
가난한 사람이란 이 세상으로부터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 모든 것을 하느님으로부터만 기대하는 사람, 어쩔 수 없이 하느님만을 찾아가 볼 수 밖에 없는 사람, 자신마저 하느님께 내맡기는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 세상과 그 가능성의 한계 밖으로 쫒겨난 사람들이다. 마태오 복음은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가난’을 하느님 앞에서의 가난, 곧 겸손이라는 종교적 의미로 이해한다. 루카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을 의민하는데, 이들은 단순히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없는 자들만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 그분의 뒤를 따르면서 가난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 발터 카스퍼/박상래, 분도출판사, 1977, 130-131) 주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모두 당신께 의탁하지 않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