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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일요일
짧은 소식이지만 많은 것을 기억하게 해 주었습니다.
가난한 사람, 쫒기는 사람, 숨어서 살아야 하는 사람과
20여년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슴이 아리합니다.
누구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애를 태우고 답답해 하고 두려워하면서 보냈던 시간이었죠.
그렇게 하면서 시간이 지났을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말보다 세월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모든 것이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들 하듯, 그렇게 지나갔을 것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짐에 짓눌려 숨 한 번 크게 쉴 수 없었던 시간도,
마음 놓고 웃을 수도 없는 상황도 그저 그렇게 지나갔겠죠.
지금이야 조금 숨을 쉬고 있지만, 원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마음 깊은 속의 진한 어둠과 삶을 옥죄는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때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두려움은 과거에 대한 것에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확실함과 막막함이 더해져
예전보다 더 큰 중압감으로 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고요.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정해진 길이 있지 않을까요?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그러했을 것이고, 수없이 겪고 감당해야만 했던 일들도.
앞으로 일어날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슬프게 하지만요.
지하철에서 찻집에서 사람들을 훔쳐 봅니다.
그들의 얼굴에 숨겨져 있는 깊은 어둠이 보이고,
한때 화려했을 그분 삶의 흔적도 보입니다.
그런 모습으로 어딘지도 모르고 앞으로 가는 삶이고,
그래서 숙연해지기도 하고 가슴을 서늘하게도 합니다.
마음과 삶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슬픔이
삶을 관조할 수 있게 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삶에 대해 초연한 듯한 태도와 저의 일이 아닌 것처럼 말씀드렸지만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고 기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