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말. 책임질 수 없는 말. 상대방에게 헛된 희망을 갖게 하는 허황된 말. 자기 분수를 모르면서 하는 말이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지만 욕심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상대방을 실망하게 만든다. 자기가 한 약속에 대해 지킬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 경우도 욕심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런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차한 변명처럼만 보였다.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할 때 실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신경이 쓰였다.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욕심 덩어리가 눈 앞으로 다가와 이것을 직시하는 것도 힘들었다. 가난한 마음으로 되는 거야, 라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씁쓸하기는 매 한 가지다. 내가 처한 상황에 내어맡기는 겸손을 배워야 하는 거야, 라고 말하지만 그냥 말뿐이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무진애를 쓰면서 살았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사람’, ‘못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까 봐, 고집을 피우고 나를 주장하는 것을 가능한 피했기 때문이리라. 씁쓸하기 때문에 더욱더 생생한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