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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동창 모임생활글/생활 속에서 2024. 12. 28. 21:21
초등학교 동창 모임. 동창들을 보면서, 내가 외면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무리 애를 써서 미화하고 합리화시키려 하지만, 가난하고 보잘것 없고 초라하고 내세울 것 없는 과거. 물러날 것도 없고 물려줄 것도 없이 살았던 그저그런 생활. ‘이만 하면 되었지’라고 툴툴털고 떠나지 못하고 떠밀림에서 오는 작은 분노. 나이듦에서 오는 넉넉함과 초연함이 아니라 몸 구석구석에 끝까지 달라붙어있는 욕심과 욕망. 질병과 고통과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아무리 부정하고 외면하려 하지만 주름지고 탄력없는 몸매.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난 친구들이 나의 모습임을 인정해야 하는 씁쓸함. 외면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듯해서, 언제 함께 할지 모르지만 기대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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