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사람으로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순결한 여인 마리아를 통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세상이 순결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순결한 여인을 필요로 하십니다. 그 여인이 순결하다고 하여 우리가 순결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느님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세상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처럼 보입니다. 이런 세상을 맑고 희고 순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간절히 갈망하는 마음입니다. 하느님을 갈망하는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수천년 동안 기다렸다라고 했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기다린 만큼 우리안에서 탄생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오신 때는 밤이었습니다. 밤은 어둠입니다. 암흑의 세력과 권세가 활개치는 때가 밤이기도 하지만, 믿음으로 가득한 때가 밤이기도 합니다. 믿음은 우리 지성으로 이해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성을 뛰어넘는 곳에 있습니다. 모든 것이 실증적이고 감각적인 것이어야만 하는 이 세상은 밤이 아니라 낮의 세상입니다. 우리 마음이 믿음으로 가득 차 있는 밤일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 영혼안에서 탄생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유에서 탄생하십니다. 평범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 생활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곳에서 하느님께서 탄생하십니다. 왕궁 안에서 태어나시어 몇 사람들만 가까이 할 수 있는 그런 분은 우리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태어난 아기에게 축복하고 생명을 주신 분께 감사드리지만, 그 아기가 하느님이심을 알아볼 수 없는 평범함 속에서 하느님은 탄생하십니다. 평버한 것을 허투루 대할 수 없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느님께서 기다림의 순결한 영혼안에서 탄생하십니다. 신앙의 깊은 어둠속에서 탄생하십니다. 내가 살고 있는 평범한 이곳 이 시간속에서 탄생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