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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떠오르는 소리말 씀/생명의 말씀 2022. 1. 1. 22:53
오랫만에 아주 평화로운 저녁 시간이다. 고요하다. 나뭇가지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바람불어 태풍이 몰려 오는 것 같았던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른다. 그런 침묵안에 머무르기만 하면 된다. 더 이상 무엇을 할 필요도 없고, 말하기 위해 생각을 쥐어 짤 필요도 없다. 정화된 침묵은 사람의 몸과 정신과 영을 맑게 한다. 역으로 몸과 정신과 영이 맑을 때 깊은 침묵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떤 말이 솟아나고 주어진다. 자기 처지를 꼭 맞는 말을 만난다는 것은 기도할 때 가능하다. 기도는 침묵하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하면서 그리고 침묵안에서 찾아낸 말, 만난 말, 솟아나고 주어진 그 말이 자신을 위한 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말이 자신의 몸과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보며 알 수 있다. 메마른 땅으로 물이 스며들고, 아이가 엄마의 젖을 받아들이듯 자기속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 말이 반드시 고상한 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천한 말, 경박스런 말, 불경스런 말, 너무나 인간적인 말일 수도 있다. 이 말이 내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 그렇지만, 진실된 자기 모습의 일부분인 것만은 사실이다. '자기를 찾는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마치 자기라는 것이 물건처럼 어디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참된 자기'를 만날 수 있다고 호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처럼 흐르면서 변화되고 있는 자기, 바람처럼 일었다가 스러지는 자기,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없는 자기임을 아는 것 수행자의 첫 걸음을 떼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