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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 침묵말 씀/생명의 말씀 2021. 12. 30. 21:47
침묵. 말 없음이다. 움직임 없음이다. 시간의 멈춤이다. 변화 없음이다. 창조된 피조물에는 침묵이 없다.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되고 그 과정에서 소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온전한 침묵은 죽음이다. 무이고 비어있음이며, 흼이라기 보다는 검음이며 빛이라기 보다는 어둠이다. 하느님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인간의 지성은 물론이고 언어를 뛰어 넘어 있어 그 어떤 방식과 그 어떤 모습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침묵이신 그분 앞에서 모든 것은 무로 된다. 어떤 것을 위한 무가 아니라, 무 자체이시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침묵. 영원한 침묵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현세의 감각적이고 지성적인 삶을 토대로 상상할 뿐이다. 하느님의 영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때문에 영원한 침묵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르나, 영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뿐이다. '신비적 죽음'(morte mistica)이라고 하지만,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처럼 산다는 것에 대해서 말 할 수 있을 뿐이다. 살아있는 존재가 죽은 사람처럼 산다는 것은 역설적이며 말장난에 그칠 수 있다. 육을 갖고 있는 한, 육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애벌레가 자라 매미가 되고 매미가 허물을 벗고 죽어 썩는다. 사람이 죽으면 육이 썩어 흙으로 되어, 자기가 왔던 것에도 되돌아 간다. 사람이 죽으면 정신은 변화되고 자기가 왔던 하느님의 영에로 되돌아 가는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답을 얻으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하는 생각이 아니라,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그냥 주어진 것에 대해 만족해 하면서, 믿으라고 하는 것을 의심없이 믿으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