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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길들이기기도.영성/다네이 기도학교 2020. 9. 21. 22:57
피정지도 때문이긴 하지만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나타나는 장면을 많이 보았습니다. 괴물은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하지만 주로 수면 밑에서 삽니다. 어두컴컴한 동굴과 하수구와 창고 안에, 쓰레기 통이라고 해도 됩니다. 괴물은 사람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막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밖으로 뛰쳐나온 괴물은 기존의 모든 것들 허물어 뜨립니다. 안정과 질서와 평화와 행복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것과 나른함과 권태감에 엄청난 충격을 줍니다. 날뛰는 괴물을 보면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고 들어 본 적이 없는 아주 낯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괴물이 행사하는 파괴적인 힘에 압도됩니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중지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인가 하지만, 괴물의 막강한 힘 앞에 우습게만 보입니다. 너무 무섭고 대항할 힘이 없어 어린아이처럼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립니다. 그렇게 하여 공포의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지만 그런 사람을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립니다.
이런 괴물이 우리 밖에만 있는 것일까요? 우리 안에도 이런 괴물이 살고 있습니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이런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 21-22)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고, 바오로 사도께서도 주님과 똑같이 "불륜, 더러움, 방탕, 우상숭배, 마술, 적개심, 분쟁, 시기, 격분, 이기심, 분열, 분파, 질투, 만취, 술판"(갈라 5, 20-21)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런 것들이 괴물이기도 하고, 이것들이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괴물은 싸워서 없애야 할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길들여야 할 것입니다. 괴물을 길들이기 위한 여정은 자기 마음과 우리 삶 속에 괴물이 있음을 솔직하고 겸손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괴물과 싸우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희생할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주님의 도움을 청하고 의탁하려는 믿음과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가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가까이 오실 것입니다'라는 말씀대로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괴물을 조금씩 길들여 갈 수 있습니다. 괴물이 갖고 있는 막강한 힘을 파괴적인 것에서 긍정적이고 자비로운 방향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괴물과의 싸움은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기 위한 진통입니다. 묵시록에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다"(묵시 12, 2) 그리고 새로 태어난 사람은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묵시 12, 10)와 더불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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