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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목요일
주님, 하늘은 당신 기적을 찬양하고
거룩한 모임은 당신 진실을 찬송하나이다.
(시 89,6)
☞ 사람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일이 아주 수월하게 풀렸을 때만을 기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의사와 조금이라도 다른 일에 대해서 엄천나게 화를 내며 거부하고,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있었던 사람이 빼꼼히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은 기미가 보일 때 기적입니다. 겨울 대리석 바닥처럼 차갑게 느껴졌던 사람의 납덩이처럼 무거웠던 얼굴에서 언뜻 생기가 보일 때 기적이라고 합니다. 마음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관계를 맺고 살 수 밖에 없는데, 모든 것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단절되어 홀로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 있는 자기 자신과도 마음 편하게 지낼 수가 없습니다.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자기와 다른 것은 모두 배척하고 있기 때문에 홀로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밑바탕에 없을 때, 그 다름은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요인일 뿐입니다. 두렵기 때문에 움츠러들고, 자기보호를 위해 가시를 돋구고 외부의 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음에 평화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기적을 일으켜 달라고 기도해야 할 상황도 많고 그런 사람들도 많습니다. 부자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고통을 없이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 몇 일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복을 청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청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