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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생활글/생활 속에서 2013. 3. 8. 08:43
3월 8일, 금요일
거의 30년동안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활의 여유가 있고 70-80의 향수 때문에
지자체나 여러 문화센터에서 주관하는 기타 강습에 수강자들이 몰려와
보통 50명 정도가 수강신청을 한단다.
매주 1회 수강하면서 최소 3개월은 연습해야 기타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데,
끝날 때쯤에는 10명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중도 탈락자가 많다는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첫째, 수강자들의 급한 성격 때문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전문가처럼 연주하기를 바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자신과 가르치는 사람에게 바라면서
이렇게 되지 않으니 그만 두어버린다는 것이다.
둘째, 다는 사람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수강자들 중에는 기타와 음악에 대한 감각이 나은 사람이 있고
그저 그런 사람들도 있기 마련인데,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한 달 정도 꾸준하게 연습하면
쉬운 곡들은 혼자서 그런대로 연주할 수 있단다.
그런데 감각이 좀 떨어진 사람들은 이들이 연주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에게 '나는 안돼'라고 실망하며
기타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어 버리고 그만 둔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로부터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 자주 들었던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세번째 이유는 좀 의외였다.
그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강자들의 자녀들 중에,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자식이 있을 때 수강자들이 쉽게 그만 둔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기타 연습이 어려울 때
'내가 기타를 잘 치지 못해도 내 자식들이 잘하고 있는데,
힘들여 가며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만 두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 분이 말씀하신 이유들이 얼마나 객관적인지
특히 세번째 이유가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 모든 이유들이 모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을
자기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기가 하고 있는 것처럼 만족해 하는 것을 '대리 만족'이라고 한다.
이 대리만족은 자신과 상대방을 동일시하는 것으로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와 그들이 자신의 분신이라 생각하는 자식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처지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도 대리만족이며,
개인과 그가 우상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
개인의 확장인 개인과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기타 수강자가 기타 연습을 하면서
대면해야 했던 어려움 자신이 극복해야 했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미 준비되어 있는 기쁨과 만족감으로 돌아서 버린 것이다.
대리만족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얻어낸 기쁨과 만족감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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