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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두껍고 속이 검은생활글/생활 속에서 2013. 3. 2. 23:44
3월 2일, 토요일
청나라 말기의 학자였던 이종오(1879-1944)가 '얼굴이 두껍고(후) 뱃속이 시꺼먼 사람(흑)이 출세하고 성공한다'라는 "후흑학"을 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종오가 "후흑을 이용해 사리를 도모할 경우 후흑을 사용하면 할 수록 인격은 비루해진다. 후흑을 이용해 공리를 도모할 경우 후흑을 사용하면 할수록 인격은 더욱 고매해진다"라는 말을 기억한다면, '후흑'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출세와 성공을 위한 얄팍한 처세술로서만 생각해서는 안되리라.
하여튼...
'후흑'이라는 말 대신에 '권력'이라는 말을 집어 넣으면 어떨까?
'권력을 사용해서 사리를 도모할 경우 권력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인격이 비루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힘있는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불법과 탈세와 비리와 비상식적인 일들과
자신에게 주어진 힘과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여
우리 사회를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관리들을 보면서
'후흑'을 인정하게 된다.
'기도'라는 말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기도하면서 사리를 도모할 경우 기도하면 할수록 인격이 비루해진다...'
열심이 기도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하느님의 이름을 끌어들이고
교회를 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에게 겸허하게 봉사하고 자비를 베푸는 많은 천사들을 보면서
'후흑'을 인정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말은 어떨까?
'사랑하면서 사리를 도모할 경우 사랑하면 할수록 인격이 비루해진다...'
사랑이라는 달콤함으로 상대방을
나의 욕구를 충족을 위한 대상으로 바꿔버리는 사람들과
상대방을 더 잘 받아들이고 더 많이 존중하는 사랑으로 가득찬 부부들을 보면서
'후흑'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이익만을 위한 두꺼운 얼굴과 시꺼먼 마음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침뱉음을 당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두꺼운 얼굴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때문에 속이 타 새까맣게 된 마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