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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말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5. 21. 22:16
*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상상도 빈약하게 된다. 아무리 해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흥미와 매력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나이들어 가면서 삶이 재미없게 여겨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어린 아이들은 그들의 꿈과 희망과 생각과 바람을 이루어갈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이 있다. 나이든 사람도 어린아이들처럼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을 이루어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미리 포기해 버린다. 너그러움이라고 해야 할지 넉넉함과 여유라고 해야할 지 모르지만. * 침묵이 좋아서 침묵하지만, 자기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침묵하기도 한다. 혼잣말이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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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씨에게리브리/책 요약 2025. 5. 20. 22:38
그런데 Q씨. 참으로 쓸쓸하고 막막한 부름이군요. 나는 도무지 당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내 그림자인지도 모르겠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벽인지도 모르겠고 저 머나먼 곳, 밤하늘에 있는 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 역시 나를 알 턱이 있나요. (, 박경리, 다산책방, 2025, 12) *** 작가 박경리가 중국 작가 노신의 작품 의 아Quei라는 사람에게서 Q를 훔쳐와서 쓴 글이다. 우리에게는 이름 지을 수 없고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것이 “있다”. 더 나아가 그것이 자기와 더불어 살고 있는 것처럼 대하고, 심지어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인격체로 대하기도 한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떻게 있음을 증명할 수 없는 Q에 대해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설명을 한다. 박경리가 Q씨라고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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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인간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5. 20. 22:13
인간의 신비. 자유롭고 싶어하고 그 자유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면서도, 누구에겐가 매이기를 원하는 존재다. 자기가 매여있는 그 사람에게 온전히 복종하고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지만, 그 누구도 자기 위에 군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존재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고뇌하고 갈등하면서 살아야하는 굴레속으로 들어왔다는 말이다. 답이랄 것이 없는 삶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죽는 순간에도 자기 삶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며 죽는다. 나뿐 아니라 숱하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다 그렇게 사라졌다. 그렇다고 인간을 비참한 존재라고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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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루어졌다말 씀/생명의 말씀 2025. 5. 20. 21:58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요한 19,30) ***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죽은 사람이 있을까. 듣고 싶은 말을 다 듣고 죽은 사람이 있을까.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고 죽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죽은 사람이 있을까.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보고 죽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 화났다고 고함지르고 싶지만 억누르며 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나에게 있어 전부인 사람이야, 너가 있어 내가 행복해.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간절히 원하지만, 비난하고 무시하는 소리를 더 많이 들으려 살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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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만들기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5. 19. 17:39
최근 읽었던 책에 화단과 꽃가꾸기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화단을 만들기 위해 돌을 골라내고 땅을 고르는 것에 대해서도 읽었습니다. 여러 차례 시도해 보고 나름 애를 써보았으나, 힘이 딸려 도저히 할 수 없을 것같아 원고 쓰기를 포기했습니다. 일의 중압감에서 벗어난 것은 좋지만, 나의 한계가 또렷하게 드러나고 그것을 인정해야만 것이 여간 씁쓸하지 않습니다. 뭔가 땀을 흘리고, 생각보다는 육체를 움직여 하는 노동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수도원 주방 자매가 텃밭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빈터로 남아았는 밭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꽃이 될지 모르지만, 꽃을 몇 그루 심어보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땅을 뒤집어 엎고 풀뿌리를 골라내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금방 숨이 차고, 입술이 바짝 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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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말들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5. 18. 22:43
나약하고 퍼석퍼석한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어떻게 주님께서 당신의 일을 맡기실 수 있겠는가. 믿음은 말 그대로 믿음이다. 이해해야 할 것이라면 믿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믿음이 허무맹랑한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믿음은 일차적으로 내적 태도이고,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주님을 믿는 것은 주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서 믿는 것이다. 믿음에 근거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의심하거나, 그 믿음에 근거하여 투신하지 않고, 주변을 맴돌게 되면, 자기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의 키워드는 ‘나자신을 위해 위해 믿는 것’이다. 신앙의 눈으롤 볼 때, 현실에 대한 해석이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믿음을 거부하지 말라. 믿음에 대한 의심이 생기더라도 의심을 뛰어넘는 믿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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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기도하여라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5. 17. 21:38
“깨어 기도하여라.” 내가 내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기 보다, 내 마음속 깊은곳에 계시는 주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시다. 기도한다는 것은 그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눔이다. 그분이 하신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이 하실 말씀을 귀 기울이며 기다리는시간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그분은 응시하는 것이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의 시선에 나의 시선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기도한다는 것은 그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그분의 현존안에 머문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본다. 단단함과 굳음과 강함 없이, 사온지 오래된 바나나처럼 물러져버린 몸과 마음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몸과 마음과 정신을 모으지 않았다. 시장 바닥에 물건을 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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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창조리브리/책 요약 2025. 5. 16. 22:18
(소설의) 등장인물을 창조할 유일한 방법은 관찰입니다. 다른 길을 없다고 봐요. 작가가 눈여겨본 사람들을 합산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소설가들의 내면에는 그들로 하여금 상황을 눈여겨보며 늘 축적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는 사소하고 하찮은 세부 요소를 기억하는데, 그런 세부 요소 중 일부는 거의 끔찍할 정도지만 실상을 보여주기에는 아주 효과적입니다. ((314) 중에서 윌리엄 트레버) *** 갑자기 상가집에 갔다 와야 했다. 자동차로 오가는데 걸린 시간과 휴식 시간까지 포함하면 8시간 정도를 함께 있었다. 운전석과 그 옆 자리에 않아 있는 사람이 쉬지 않고 말을 한다. 뒷 좌석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은 이어폰으로 뭔가 듣고 있고, 한 사람은 차창 밖을 보고 있으며 나는 마스크에 안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