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이다.” (이사 53,3) 고통에 대해 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고통의 원인에 대해 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피폐케 하고 망가뜨리는 것인지 안다.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통이 너와 나 사이에 높고 견고한 벽을 만든다는 것을 안다. 고통이 얼마나 두려운 것이고 지긋지긋한 것인지 안다. 고통을 통해 고통받는 다른 사람과 유대관계과 형성되고 연대감이 형성된다는 것을 안다. 고통이 몸과 마음과 영혼 모두에 크고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고통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기를 두려워한다. 그 고통이 나에게 전이될까봐. 고통받고 있을 때,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보여진다. 몸과 마음이 약해질대로 약해져 있기때문에 온갖 망상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숨쉬기도 어려워 헐떡이고 있을 뿐이다. 바다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끌려나와 머리와 꼬리 온몸을 펄떡거리다 잠잠해지는 물고기와 같은 상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