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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말미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1. 30. 17:34
이 한 가지만 저에게 허락해 주십시오. 두 달 동안 말미를 주십시오. 동무들과 함께 길을 떠나 산으로 가서 처녀로 죽는 이 몸을 두고 곡을 하렵니다. 입다는 “가거라” 하면서 딸을 두 달 동안 떠나보냈다. (판관11,37-38)
*** 판관 ‘입다’의 딸이 아버지께 부탁한 말이다. 죽기 전에 두 달 여유를 달라는 말이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죽을 시간을 알려 달라고 말 할 수도 없다. 죽음과 관련된 모든 것은 암흑속에 가려져 있다. 그렇지만 입다의 딸처럼 죽음을 준비할 시간만은 청할 수 있지 않을까?
입다의 딸처럼 두 달 말미를 청하든, 한 달을 청하든. 3일을 청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던데, 3일은 왠지 짧을 것만 같다.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공들여 살아왔고, 미운정 고운정 들었던 이 세상을 3일만에 툴툴 털고 떠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마저도 나의 소관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