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누구나 그가 예술가라면 더욱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 젋다고 해도 좋을 나이인 데다 가진 것이라곤 오직 마음속의 의혹과 여전히 습작 상태인 작품뿐이며, 작업의 고독 아니면 우정의 은신처에 파묻혀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293)
*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저 꼭대기에 이 예술을 올려놓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예술은 고독한 향락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공통적인 괴로움과 기쁨의 유별난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수단입니다. 따라서 예술은 예술가가 고립된 존재가 되지 않도록 합니다. (294)
* 예술가들이 이 세상에서 어느 쪽의 편을 들어야 한다면, 니체의 위대한 말과 같이 재판관이 아니라 창조자가지배하게 될 사회의 편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295)
* 오늘날 작가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겪는 사람을 위해 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295)
* 작가는 진실에 대한 섬김과 자유에 대한 섬김이라는 짐을 지어야 합니다. 작가의 사명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융합시키는 것이므로 거짓과 굴종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거짓과 굴종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고독만이 만연할 뿐입니다. (296)
* 작가에게 권리가 있다면 그것은 함께 싸운 동지들과 나누어 가진 권리뿐입니다. (299)
* 진실은 신비롭고 달아나기 쉬운 것이어서 늘 새로이 선취해야 합니다. 자유는 위험하고 우리를 열광하게도 하지만 그만큼 체득하기가 어렵습니다. (299)
* 이와 동시에 같은 투쟁에 참여하면서도 아무런 특권을 향유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불행과 박해만을 경험했던 모든 사람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서 이 영예를 받고자 합니다. (300)
(<아버지의 여행 가방>, J.M.G 르 클레지오 외, 문학동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