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지내는데, 나에게는 계속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다. 청소하는 것, 정리하는 것, 깔끔한 분위기다.
며칠동안 오가는 손님이 많았다. 올 때마다 먹을 것을 조금씩 갖고 온다. 작지 않은 냉장고와 업소용 냉장고가 금방 가득 찬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젊은이들이 사는 곳이 아니어서, 냉장고의 먹을 것이 줄어들지 않는다. 조금 줄어들었는가 싶은데,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 버려야 할 것이 생기고, 오래되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먹을 것도 있다. 손님들이 오가면서 식탁과 주방과 바닥을 청소했으면 하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불편없이 잘도 지낸다.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이 있고, 이것들을 처리할 순서도 대충 정해놓았다.
아침 식사 후 가벼운 마음으로 주방 쓰레기 통을 비우다 대청소로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햇살좋은 아침이어서 그랬던가 보다. 손님들이 사용했던 시트와 수건을 세탁기에 돌렸다. 내친김에 화장실과 출입문 앞에 깔아놓은 깔판을 세탁기에 넣었다.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오래된 음식은 버리면서 냉장고를 정리했다. 주방 부속실의 쓸모없는 플라스틱통들은 아랫집으로 내려보내려고 따로 모았다.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고, 쓰레기 분리 배출 준비를 했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땀이 흘러내림을 느끼며 앉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세탁기의 세탁물을 널 차례였다. 빨랫줄을 쳐다보면서 온몸을 파고드는 햇살때문에 눈 뜨기가 어렵다. 눈을 뜨는 듯 감는 듯하면서 잽싸게 세탁물을 널었다. 두세 시간이면 마를 것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아랫집으로 내려가면서 만져보니 빨래가 보송보송했다. 올라오면서 걷으면 될 일이다. 내려가면서 여름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들었다. 어제 들었던 들었던 ”If your'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re hair"라는 오래된 팝송, 특히 " ... summer time will be love-in there..."라는 가사 때문일 것이다.
이열치열이라고 부대찌게를 먹으면서, 여름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난데없는 소나기가... 내려오면서 빨래를 만져보니 보송보송했는데. 물동이로 붓는 듯한 소나기 속에 있는 빨래를 먼발치에서 보고 있었다. 아랫집 식당에서 올라올 때 다시 내리쬐는 햇볕과 땅에서 올라온 열기와 비에 젖은 빨래때문에 열을 받아 온몸이 후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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