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들의 회칙들을 읽는 재미?에 빠져있다. 재미있다는 말은, 아리송한 주제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짐스럽게 생각되고 의무감에서 받아들였던 것들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일상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하며 사는 것은 많지 않더라하더라도, 마음으로부터 수긍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며 읽고 있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고, 두서없이 생각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던 것들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밑거름으로 되었기 때문일까. 매일 먹었던 밥그릇 수가 넘치게 많아져서 그런 것인가. 모든 것이 자기 때가 있다고 한다. 씨를 뿌릴 때, 안달하고 조바심 낼 때, 모든 것들이 허망하게 여겨져 깊은 어둠속에 있을 때, 무엇인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을 때. 무엇인가 알 것도 같고, 잡힐 것이 있을 것 같다. 수렁에 빠진 자동차가 헛바퀴만 도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듯, 신앙의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시간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