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야심을 품는 건 문제가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손을 놓는 순간, 그 한계가 바로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지. 예를 들어 네가 서점을 운영한다고 치자. 너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신간을 읽지. 그런데 남들보다 먼저 읽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는지 결정하는 건 시건방진 것이야. 무슨 자격으로 그걸 결정해? 무슨 권리로 이 책보다 저 책이 좋다고 추천하는 건데? 그런 행위의 정당성은 어디서 온 거지? 문제는 자신의 취향이나 열정, 자기가 심취애 있는 것들을 타인에게 권하고 널리 퍼뜨릴 자격이 있다고 착각하며 스스로 그 권한을 부여하는 거야. '이 책을 읽어 보세요'라거나 '그건 읽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거지.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마르크 로제/윤미연, 문학동네, 2020, 52)
☞ 책방 할아버지(피키에)가 자기를 도와주고 있는 10대 후반의 그레구아르에게 한 말이다. 피키에의 말은 10년 넘게 글방을 이끌어 오면서 내가 고민했던 주제이다. 글방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글쓰기 주제를 선정하는 일을 주로 내가 하고 있는데, 이 권한이 어디로부터 온 것이지? 누가 나에게 준 것이지? 책을 선정하고 글쓰기 주제를 선정하는 기준은 뭐지? 권한은 내자신에게 내 스스로 주었고, 내 관심시와 취향을 따른 것 아니었던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있는데.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 다른 취향을 갖고 있고 내적 요구가 다른데,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