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17분이었고, 집은 무거웠다." (《길 1》) 이 문장은 감시 카메라, GPS, 마이크, 노트북이 장착된 검은색 캐딜락 차량이 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차량용 특수 최신 설비를 사용해 수천 권의 책에서 가져온 수백만 개의 단어와 위치 정보 서비스에 등록된 수백 곳의 좌표가 탑재된 신경망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급해 이런 문장을 만든 것이다. (《편집 만세》, 리베카 리/한지원, 윌북, 2023, 400)
☞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크게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까지 시와 소설과 희곡과 작곡과 같은 창작 분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와 같은 일을 기계가 순식간에 해치우고 있고, 앞으로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발전의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고 어느 분야까지 확산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당혹감과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들에게 리베카 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실 글은 의식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이 자연어 모방을 목표로 계속해서 큰 도약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인공지능이 진정한 지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미는 저자의 의도에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미는 작가자 전달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와 독자가 제공하는 비판적, 문화적, 개인적 이해 도구의 총합이다. 진정으로 훌륭한 작가는 단순한 스타일리스트에 그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작가는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이 응집성 있는 산문을 써내면 우리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생성해 내기는 하겠지만, 당분간 그런 글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 글이 작성되고 편집된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403-405) 그래서 "아침 9시 17분이었고, 집은 무거웠다."라는 기계가 쓴 문장이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글을 읽는 사람과 진정한 의사소통과 의미의 교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