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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생활글/생활 속에서 2022. 6. 10. 22:37
열정과 기대와 확신과 의미와 당위성이 있어 새로운 일을 시작합니다. 일이 잘 되어가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소요되고 있는 경비도 생각해야 합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주변 시선에 대해서도 신경이 쓰입니다. 결과물은 없고, 맨날 끙끙거리는 소리를 낼 수도 없습니다. 서서히 힘이 빠집니다. 처음 시작했던 마음이 흐트러집니다. 힘이 들지만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뜬구름 잡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그분께 대한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어떡 하라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삶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믿는 것인가. 이런 말마저도 그냥 해보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 요새는 삶안에서 경계가 확실하지 않는 것이 아주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듯합니다.
며칠 전,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요한, 흔히 말하는 사도 요한에 관한 영화를 찍는다면 아주 아름답고 예쁜 영화밖에 찍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다 이스카리옷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면 아주 다이내믹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선한 사람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악한 사람의 삶은 역동적입니다. 그가 왜 그렇게 악한 사람이 되었던가부터 시작하여, 그가 내적으로 겪는 긴장과 갈등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없이 자랐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않고 성장했고, 사회적으로도 그럴듯한 위치에 있고 성공 가도를 달린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려움이라는 어려움을 모두 겪은 사람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인물들이 자기 의지대로 연기를 하지만, 각본에 있는 대로 따라 합니다. 사람들이 자기 삶이라고 말들하지만, 이미 써진 각본에 따라 연기하고 있는 것뿐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누가 자신의 삶을 보면서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라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