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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기도.영성/Spicul 2022. 4. 28. 20:23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글항아리, 2021
"사진작가 윤광준-음악 취향은 시간을 쌓아서 얻는 것"(223-247)
* '좋음'을 가장 쉽게 정의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예요. 그 시대에 이미 인간이 갖고 싶은 좋음은 '재미'와 '감동'과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했죠. 스티브 잡스는 아리스토렐레스 신봉자였어요. 아이폰은 좋음의 요소를 구체화한 작품이죠. 누구나 자기 인생의 가용 시간에 재미와 감동과 유익의 요소들을 끌어들이며 많은 것이 명확해집니다.
* 우리는 유용하지 않은 것을 필요한 것처럼 여기고 살아요. 내가 실제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부담스러운 짐입니다. 좋음에 '소비'라는 단어를 넣어보죠. 무엇을 소비할 것이냐, 여기에 인간의 '욕망'이 끼어듭니다. 욕망의 속성은 쉽게 조절 안 된다는 거예요. 방향도 모르고 억압할수록 더 단단해지고.
* 취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건 재미도 감동도 못 느껴봤고 스스로 고민해서 선택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취향은 타고난 감각이라기보다는 시간과 돈과 고민을 통해 얻는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고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은 모두 시간과 관련 있어요. 시간을 단축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 음악이 쉽게 몰입될 수 있고,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고 어느 수준에서든 즐길 수 있는 것은 음악이 시간에 의한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을 장악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예요. 음악과 관련된 모든 행동은 '시간을 절약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시간을 단축해 버리는 순간 음악은 실체가 없어지고 뭉개져버리죠. 듣고 감동하는 그 시간을 갖지 못하면 형태는 사라집니다.
* 안목을 드러낼 수 있는 힘이 커졌다는 것은 시간이 쌓였다는 말, 비교 기준이 높아졌다는 뜻이예요. 왜 안목을 갖추자고 말할까요? 안목은 각자의 일상을 위해 필요해요. 소소한 것도 유심히 보게 하고, 그 작은 차이에서 즐거움을 갖게 하고, 혼자만의 시간에도 일상의 만족감을 높여주거든요.
* 저에게는 의도된 고립, 관계 축소, 나만의 공간에 아름다움을 채워넣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상이었어요. 좋은 것을 내 것으로 취하려면 일부터 시간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공들인 것은 내 인생을 지탱해주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 됩니다.
*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디지털에 둘러싸이게 될수록 인간은 좀더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한다."라고 했으며, 스티븐 킹는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 자기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말해준다는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주로 보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말해주는 것도 자기를 말해주는 한 방식이다.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자란다. 사람들이 시대의 아들딸이기도 하지만, 시간과 공간안에서 이들을 사용하면서 자신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거친 세상에 살면서 '재미'있는 일만 하고, '감동'적인 순간들만 바라고, '유용' 한 것만 취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위와 같은 요소를 중심으로 시간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나와 비슷한 신분이고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한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언제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 눈치보지 말고 하세요." 이런 작은 소망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삶이라면, 감옥에 사는 것과 뭐가 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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