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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에 휩쓸려 가는 느림기도.영성/Spicul 2022. 4. 27. 21:56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글항아리, 2021
"카운트테너 안드레아스 숄-서두름과 야망은 목소리를 잃는 길"(191-217)
* 현재의 틀 안에서 안주하려는 사고는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은 많은 부분까지 미리 결정짓고 편견을 갖게 만듭니다... 자기 스스로를 관념속에 갇히게 하는 선입견과 규율은 신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재단하고 평가학 구획짓는 일은 많은 사람을 통치하기 쉽도록 인간이 만든 것이죠.
* 감당할 크기를 가늠하기 전 너무 앞서가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인 목소리를 빨리 잃는 지름길일 뿐이죠. 만약 누군가가 지나친 야망을 갖고 노래하려 한다면, 그의 몸은 악기처럼 굳어져버릴 것입니다. 빨리 가려고 혹은 많은 레퍼토리에 욕심을 내서 누군가를 재촉하고 서두르다보면 목소리도 잃지만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기 쉽죠.
* 21세기를 살면서 바로크 음악을 공부하려니 정신적으로 평온하고 조율 가능한 상태로 이끄는 데 방해 요소가 많아요. 페이스북, 웹페이지에 자신을 소개하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외형을 키웁니다. 남이 올린 영상에서 부풀려진 목소리나 기교를 보고 들으면 본인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어 들뜨죠. 준비가 잘 안된 사람이 무대에 한번 노출되고 나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진짜 내 노래가 아닌, 인기와 눈길을 끌만한 노래를 부르도록 내몰리거든요.
* 사람들에게 익숙한 목소리와 해석으로 노래하는 것은 일차원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 안전하지만, 고유의 목소리를 내보이지 않으면 오래 연주하기가 힘들 거예요.
*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의 음악에 충실하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다보니 성악가는 메신저가 되는 거죠. 그런데 팝 음악 가수는 자신이 만든 곡과 가사로 음악을 연주합니다. 그 가수 자체가 메시지가 되는거죠.
* 지금 우리는 클래식의 가치와 모든 면에서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클래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모든 것이 빠른 결과를 낳아야 하고, 느린 가치를 얘기하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죠. 사람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넘어야 하는 극복의 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전과 용기, 끈기를 배울 수 있죠. 뭔가 성취해나가는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시간의 힘'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거죠. 그 경험의 시간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좀더 나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 알려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 도전하고자 하는 무모한 열정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한때 영광의 자리에 있었던 카운트테너의 가치를 다시 보여주려는 사람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기가 추구하고 있는 단순함과 느림과 본질적인 것과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상안에서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으로서의 느낄 수 밖에 없는 혼란스러움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찌 안드레아스만의 일이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해 고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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