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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가르침기도.영성/Spicul 2022. 4. 27. 21:09
잔넬라 보레니 선생님께서 "너는 가벼운 음색의 소프라노, 레지에로, 콜로라투라일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웃었어요. 내가 잘못 왔구나, 잘못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났구나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진지했어요. "너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내 판단이 맞는다고 거의 확신하니까 나를 믿어라. 단지 내가 메조 소프라노이기 때문에 고음을 어떻게 내는지 보여줄 수 없으니, 내가 말로 알려주면 그 말을 토대로 네 목소리에 적용해 보아라" 불안했지만 선생님 조언을 믿고, 반은 안 믿으면서 소리 찾기의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글항아리, 2021, 165-166)
☞ 소프라노 조수미가 자신의 첫번째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다. 스승이란 자기에게 찾아온 학생의 숨겨져 있는 재능을 알아 보는 사람이다. 그 학생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보이는 재능을 끌어내어 학생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배우는 학생은 선생님을 전적으로 믿고 그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두 인격체가 만나 새로운 인격체를 함께 창조해 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낯섦이 함께 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성악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듯이, 각 개인은 자기만의 길을 걸으면서 자기 모습을 찾아가야만 한다. 이 여정은 다른 사람과 절대로 비교할 수 없는데, 각 개인마다 고유한 길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라는 크기와 모양과 색깔과 향기와 타인에 대한 영향력 등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 자기가 가야할 길이 있고, 이 길을 그런대로 걷고 있었으며 그 여정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고 계셨다고 굳게 믿으며 살 수 있다면 복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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