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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찬란한 불꽃기도.영성/똘레제 2021. 8. 9. 23:18
태초의 근원적인 힘이 우주를 탄생시켰다. 모든 에너지가 단 한 번의 폭발로 분출되어 단 하나의 선물을 남겼다. 그것은 바로 존재였다... 우주 그 어디에도, 우주를 탄생시킨 그 근본적인 태초의 힘과 분리되어 있는 공간은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뿌리가 바로 그곳에 있다. 시간과 공간조차도 태초의 근원적 실체에서 매순간 흘러나와 거품처럼 휘저어져서 생성된 존재이다... 우주의 탄생은 시간속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시간은 존재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우주를 탄생시킨 영역 또는 힘은 시간안에 있었던 한 사건도 아니고 공간안에 있었던 한 영역도 아니다. 그보다는 우주 공간에서 어떤 조건에 의해 순간적으로 등장한 바로 그 모체matrix라 할 수 있다... 태초에 소립자들과 빛 그리고 시간이 창발했다. 잠재에 있던 공간 역시 펼쳐져 나와, 그후 우주가 존재하는 매 순간마다 계속해서 펼쳐졌다. 태초에 공간은 거품처럼 부풀어 올라 광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팽창하는 우주를 창조했다. 그렇게 우주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만일 태초의 힘이 용솟음쳐 세계를 형성하는 공간과 시간을 펼쳐내지 못했다면, 우리 우주는 10의 18승 분의 1초의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찰나밖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며, 즉시 소멸되어 버리고 말 일시적 사건에 불과했을 것이다. 150억년 동안 이루어진 우리 우주의 모험은 태초의 공간을 계속적으로 새롭게 펼쳐나아게 한 힘의 영향 덕분이다. 우주 공간의 출현 속도 역시 태초의 절묘함을 보여준다. 만일 우주 공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펼쳐졌더라면 팽창하던 우주는 수십억 년 전에 양자 거품의 형태로 붕괴되고 말았을 것이다. 만일 우주 공간이 10의 12승 분의 1 퍼센트만 더 늦게 펼쳐졌어도 우주는 붕괴되었을 것이다. 만일 우주 공간이 조금 더 빨리 펼쳐졌어도 똑같이 불행한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너무 멀리까지 흩어져버려 어떤 흥미있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 이야기>, 토마스 베리.브라이언 스윔/맹영선, 대화문화아카데미, 2010, 33-34)
☞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읽을 때 세상이 창조될 때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끼고 맛볼 수 있습니다. <요한 복음>의 '말씀의 찬가'를 읽을 때에도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순간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이해하고 있든 이해하지 못하든 관계가 없고, 과학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세상과 우주 창조에 관한 대서사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위에 있는 토마스베리의 글을 읽을 때도 그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우주가 창조되었던 바로 그순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은 토마스 베리가 썼던 글과 비슷한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이 이미 이루어낸 것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고자 했고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