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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5월 26일. 오늘을 수품 14주년이다. 14년이라는 세월이 영적으로 성숙하고 질서가 잡히고 육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균형을 이룬 기간이었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렇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행복하고 좋은 활동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욕구불만과 좌절감은 더 깊어지고 수도사제 삶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진다. 수도회의 특성이나 전통에 잘 맞는 삶은 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토마스 머튼의 시간> 중에서)
☞ 1968년 12월 8일, 머튼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수품 14주년 후의 내적삶은 어떠했을까? 욕구불만은 채워지고 좌절감은 치유되고, 표면적인 행복뿐 아니라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생활했을까? 아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참된 수도자로 살기 위한 진지하고 항구한 노력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하느님께서 그 생활에 맞갖는 은총을 주시지 않아서도 아니다. 인간 자체가 만족을 모르는 존재이고, 그래서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인간 삶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의 삶에 온전히 투신하지 않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고, 이율배반적이고 모순투성이처럼 보이고, 분열된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 앞에 있고,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머튼도 이런 마음으로 살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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