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간

오늘 하루 중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나요? 갑자기 받은 질문이어서 어리둥절 했습니다. 무슨 의도로 질문했는지, 어떤 답을 기대하며 물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하루동안의 시간을 순식간에 훑어 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행복했다고 느꼈던 시간이 없었습니다. 대답하고 나서 오늘만 행복한 시간이 없었던가라고 자신에게 되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삶을 훑어보아도 오늘과 똑같았습니다.

 

나만 그런가 싶어 받았던 질문을 그 사람에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그 사람의 대답도 저와 비슷했습니다. 아, 행복해, 행복하구나. 이런 시간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자기 곁에 항상 어둠이 그늘이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일과 관련된 그늘이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지금까지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말을 들으며, 행복이 생활과 마음에 짐이 없는 상태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행복?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강제수용소 살아남은 사람들의 예를 들기도 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예외로 하고, 평범한 삶에서는 행복을 위한 최소한도의 여건은 갖추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최소한의 여건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것을 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로 되겠습니다만. 가벼운 대화 때 들었던 질문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다보니, 그나마 있었던 행복이 사라져 버릴 것 같습니다. 하루 활동을 마치고 책을 읽거나 뭔가 끄적거리는 이 시간이 가장 편하고 좋아, 행복한 시간이라고 해도 괜찮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