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심각하게 혹은 건성으로든 질문하면서 그 일을 계속한다. 왜 사는가, 왜 먹는가, 왜 읽는가, 왜 쓰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죽는 것이 멋진 삶인가... 등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답을 얻으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삶에 관한 모든 질문과 답은 찰나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는 행위가 삶을 충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며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게 밥 먹여주나?’
사실 지금까지 거의 매일 끌적거리고 있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이유를 대고 찾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끌적거리는 기쁨이다. 그외 다른 이유들은 그냥 덧붙이는 것들에 불과하다. 물론 끌적거리면서 얻어지고 주어지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쓸 공간이 있고, 뭔가 쓰려고 하면 써지고, 자신을 위해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먹을 것과 입을 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시간 보내는 것이 좋고, 혼자 있어도 한 번도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고, 쓰면 쓸수록 깊고 깊은 심연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여겨지고, 누구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에도 관심없고... 그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