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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감정기도.영성/다네이 글방 2021. 4. 18. 11:49
"분노라든가 다른 어떤 감정을 품고 글을 쓴 적이 있나요?"
"아니요. 분노는 강하지만 사실 아주 작은 감정일 뿐이지요. 오래 지속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뜻이지요. 어쨌든 분노를 믿지 못합니다. 그런 작고 성급한 감정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 신이여, 저는 너무 외로워요 등등. 지성이 아주 냉정하게 생각하고 그 생각에 여러가지 감정의 색을 입히는 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아주 차갑고도 차가운 생각이어야 합니다. 차갑거나 적어도 서늘한 생각이어야 합니다. 지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토니 모리슨의 인터뷰 글 중에서)
☞ 분노라든가 다른 감정을 느끼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감정의 소용돌이와 혼란스러움을 겪은 다음에 글을 쓰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글이 감정의 배설구로 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감정에 어떤 움직임이 있을 때 비교적 쉽게 뭔가 끄적거릴 수 있다. 그렇지만 좀 더 나은 글쓰기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감정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감정에 치우지지 말고 감정을 다스려 가면서 글쓰기를 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토니 모리슨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던 그의 부모와 가족과 선조들이 겪었던 억압과 억울함과 비인간적인 대우와 이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