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고민과 모든 기쁨과 슬픔의 샘은 정신과 육체의 끊임없고 무자비한 싸움이었다. 나의 내면에는 인간이나 인간 존재 이전의 ‘악한 자’가 지닌 어두운 태곳적 힘이 존재했었고 또한 인간이나 인간 존재 이전의 신이 지닌 밝은 힘도 존재했었는데, 내 영혼은 이들 두 군대가 만나 싸우는 격전장이었다. 고뇌는 격렬했다. 나는 내 육체를 사랑해서 그것이 사멸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영혼을 사랑해서 그것이 썩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맞서 싸우고 세계를 창조하는 두 힘을 화해시켜 그들은 적이 아니라 동지들이므로 조화에서 기쁨을 얻고 따라서 나도 그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게 해달라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영혼의 자서전> 397)
☞ 정신과 영(혼)과 육으로 된 인간존재이기 때문에 영혼안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표현이다. 인간을 전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 중에서 ‘몸’이기 때문에, ‘몸’안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나을 듯. 요한 복음 서두에 나오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추상성을 띠지만 ‘몸’이 되셨다는 표현은 살아있는 구체적인 사람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