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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2. 17. 20:40
제주도 자그마한 본당에 있을 때였습니다. 여름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가까운 바닷가로 가곤했습니다.
비바람이 너무 거세 걸어서 갈 수 없어 자동차로 갑니다. 자동차가 날라가지 않을 적당한 곳에 세워놓고 몰아치는 폭풍우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비를 맞기 시작할 때만 거리껴질 뿐 아예 빗속으로 들어가면 견딜만 하고 시원하기까지 합니다. 하늘과 바다가 거대한 공장안에서나 들을 수 있는 요란한 소리로 가득합니다. 소설에 가끔 나오는 대로 수백만 마리의 군마가 달릴 때 나는 소리와 같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꿈틀거리고 집채같은 파도가 몰려와 바위와 절벽에 부딪치는 것을 보면 주변 땅이 꺼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짓눌려 있었던 가슴이 뻥 뚤리기도 합니다. 가끔 산더미 같은 파도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바다와 파도와 폭풍우가 몸과 마음속으로 들어오면서 힘이 솟기도 합니다. 고요한 산속 깊은 곳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과 같은거죠.
이곳은 바람이 엄청 붑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오면서 불기 시작하여 내년 늦은 봄까지 이렇게 불 것입니다. 이곳에 처음 오신 분들은 너무 요란한 바람소리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불평을 합니다만 익숙해 지면 자장가 소리처럼 들립니다. 여름 바다의 폭풍우와 같은 바람이 부는 산골입니다.
밤이 되고 방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더 요란하게 여겨집니다.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지 않고 소리만 들으면서 상상해서 듣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바람소리가 언제 몰아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무 꼭대기에서 밑둥까지 흔들리는 것을 보고 기 상상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바람은 자기가 불고 싶은 대로 붑니다.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과 마음속에 스며들어있었던 삿된 것들이 씻겨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흙에서 왔고 자연의 일부라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안에 있을 때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움이 뭔지 알게 됩니다. 거칠과 광포한 폭풍우와 바람을 보면서 우리 몸과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풍우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자연의 고요함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질서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질서잡아 가기도 합니다. 자연인으로 사는 또 다른 맛이고 멋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