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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2. 19. 21:07
맨 처음 나를 본 것은 발가벗은 몸으로 나뭇가지 집에 누워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엄마가 물어다 주는 벌레들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둥지에서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그곳을 떠나 나홀로 하늘을 날곤 했습니다. 잠자고 쉴 곳이 필요해 주어온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둥지를 틀었습니다.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둥지에서 쉬고 잠자고 있는 것을 주변의 나뭇잎이 가려주었습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서 집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모든 것이 드러난 길가 나무 위 집에서 더 이상 머물 수 었었습니다. 그곳에서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갈곳이 마련되어 있진 않았지만 그곳을 떠나야만 합니다. 가난하게 태어나 가난하게 자라 다시 가난한 겨울 새가 되어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