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과 귀인

류중량은 은인과 귀인을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은인은 명확한 도움을 준 사람이다. 귀인은 특별히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없었는데,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준 사람이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어떤 사람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하다고 무일푼 신세가 되었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했지만 주머니에 동전 한 닢조차 없었다. 그곳의 화장실은 동전을 넣어야 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동전을 빌려 막 들어가려데, 앞에서 어떤 사람이 용무를 마치고 화장실 문을 닫지 않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갔고, 동전 한 닢도 얻게 되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마지막으로 슬롯머신에 그 동전을 넣었다가 놀랍게도 잭팟을 터뜨렸다. 그 돈을 밑천으로 장사를 해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비서에게 옛날 이야기를 자주 해 주면서 그때마다 "그때 나를 도와준 사람을 찾고 싶네. 무일푼 신세였던 내게 이런 날이 오게 해 주었으니 말이야. 정말 감사를 표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그 사람을 찾지?" 비서는 그 동전을 준 사람이 친한 친구가 아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찾는 사람은 그 친구가 아니라 화장실 문 닫는 것을 잊어버리고 나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단단한 과학공부>, 류중량/김택규, 유유, 2015, 201)

 

화장실 문닫는 것을 잊어버린 한 사람의 행동으로 그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의 운명이 바뀐 것입니다. 옷깃이 한 번 스친 만남, 한 두 시간의 이야기, 무심결에 베푼 선행, 이런 작은 행동으로 한 사람이 살아나고 그가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향해 나가는 계기가 될 때, 그 사람은 귀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은인이 될 수도 있고 귀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은인이든 귀인이든, 하느님의 축복으로 가능합니다. 귀인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하면서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