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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끝 일상으로생활글/생활 속에서 2020. 10. 5. 20:33
긴 휴가에서 일상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피정자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지냈습니다. 갈곳이 있어도 혼자있음을 선호하여 이곳을 지킨 형제 한 명과 미사만 함께 봉헌했습니다. 공동기도와 식사 시간으로부터 벗어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점심 먹고 산책을 했습니다. 터덜거리며 걷거나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항상 보았던 길가의 꽃들을 처음보는 것처럼 들여다 보곤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랫동안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전에 그에 관한 기본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백지 상태에서 그냥 바라보면 뭔가 보일 것입니다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다른 사람이 이미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자시의 생각과 관점과 관찰할 것을 첨가하면 발전하는 속도가 훨씬 났습니다. 산책 후에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연휴 시작 전에 숲교육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일찍 포기했습니다. 대신 피정지도 때 사용하려는 일에 대한 욕심에서 영화 <미션>을 보았습니다. <페스트>을 읽거나 칼 라너의 <그리스도교 신앙 입문>을 읽었습니다. 라너의 책은 '입문'이라고 하여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 이해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책이어서 아주 천천히 읽어야 했고 두번 세번 읽어야 이해되는 부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11월 연피정 할 때, 이 책을 읽으면서 피정을 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을 정도였습니다.
일상으로 되돌아 온다는 것은 자질구레한 일들에 시간을 빼앗긴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청소를 하고, 은인들에게 편지를 쓰고, 피정 때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온라인 송금을 할 수 없으니 우체국에 가서 송금을 하고, 읍내에 가서 빵과 우유와 페인트를 사고. 오후부터 날씨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저녁에는 보름에 볼 수 없었던 달을 잠깐 이라도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