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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말 배우기말 씀/강 론 2020. 2. 14. 09:52
2월 14일, 금요일
애기가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뭘까요? '엄마'일 것입니다. 그럼, 왜 엄마를 가장 먼저 말하게 될까요? 물어 보나마나 엄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애기와 함께 있을 때, 그냥 있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가 자기 말을 알아 듣는 것처럼 계속 말을 합니다. 엄마가 우유줄께, 엄마가 안아 줄께, 엄마가 씻어줄께 등. 엄마라는 말을 수 천 번, 수 만 번 들은 다음에야 애기를 엄마라는 말을 흉내냅니다. 다른 말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배우게 될 것입니다. 애기가 배우고 애기가 하는 말을 모국어라고 하는데, 그 말의 뜻이 엄마가 사는 나라의 말이 아닐까 합니다.
말을 위해 들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나게 체험하는 것은 외국어를 배울 때입니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을 수없이 들은 다음에야 한 두 마디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지루하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조금씩 외국어로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국어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닌 또 다른 말, 하늘나라의 말을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하늘 나라의 말을 배우는 과정도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과 똑같을 것입니다. 수없이 들으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에 대해 오늘 복음에서는 귀먹고 말을 더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귀먹은 사람이 들을 수 있게하고, 말못하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수님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손가락을 귀에 넣으시고, 그 손가락에 침을 발라 혀에 대십니다. 그리고 그에세 숨을 불어 넣으면서 "열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늘 나라의 말을 가르쳐 주기 위해 혹은 우리가 하늘 나라의 말을 배우려 한다면 주님과 단 둘이 머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침묵안에 주님과 고요히 머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손가락을 귀에 넣으시고 혀에 대셨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성경에서 손가락이라 할 때는 하느님의 힘과 권능을 말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힘과 권능을 드러내고 있는 성경을 자주 읽고 들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들었던 말을 소리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애기가 버버거리면서 말을 만드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파타 열려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숨을 불어 넣으십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영을 불어 넣으셨다는 말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성령과 함께 우리가 하늘나라의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복음서에서 반벙어리와 함께 예수님께서 하셨던 행동은 일회적인 것이 아닙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행위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엄마가 아이에게 말을 가르쳐 줄 때 한 번만 했던 것이 아니라 똑같은 말과 동작을 수없이 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외국어를 수없이 들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하늘 나라의 말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오늘 복음에 나왔던 일을 수없이 반복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늘 나라의 말을 배위는데 지칠줄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