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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비판적으로 읽음기도.영성/똘레제 2020. 2. 9. 15:37
2월 9일, 일요일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나하고 전혀 다른 삶의 궤적속에 내 이야기를 가져가서 앉힙니다. 맷돌을 예로 들면, 학생들은 맷돌의 연상 세계가 청진동 빈대떡집밖에 없잖아요. 내 맷돌은 외갓집 장독대 위 맷돌이거든. 내가 맷돌에서 시작해서 나팔꽃으로 갔다가 돌담장으로 옮아가면 학생들은 청진동에서 어디로 가느냐고요. 사람들이 자기 경험 속에 내 얘기를 앉힐 수 있는 시간은 주거나, 자기의 경험을 포기하고 내 그림 속으로 들어오게 하거나 해야죠.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대화가 가능합니다. (『손잡고 더불어』, 신영복, 돌베게, 2017, 244)
☞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을 인도해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할 내용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볼 때 반드시 일어나는 내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을 받아들여 앉힐 토대가 없는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과 정보를 그대로 자기 것으로 앉힐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외부에서 자기 속으로 들어오는 것들에 대해 비판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됩니다. 비판적인 관점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거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죄지우지 되는 정책, 거대 자본과 결합되어 제작된 영화와 문화 현상 모두에 이것이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