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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일요일
언어는 개념적 사고예요. 거기에 비하면 패션이나 이미지, 디자인이 굉장히 풍부한 소통 기제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언어적 소통의 소멸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거대담론이 소멸한다는 것이에요. 사회의 시스템을 어떻게 바꾸고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거대 담론이 소멸해 나간다는 거죠. 감각적이고 이미지 중심의 대화나 소통은 사회의 기본 구조를 바꿔 가려는 거대 담론이 해체된 이후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 담론은 없어지고 파편적인 대화만 있으면 사회의 기본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손잡고 더불어』, 신영복, 돌베게, 2017, 236)
☞ 거대담론이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의 욕망에 충실하라고 부추김을 받아서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돈)의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고요. 돈이 많아지면서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의 유대와 연대가 흐릿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돈이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돈으로 베풀고 너그럽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그 돈이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깊게 깨닫고 있을 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