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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다생활글/생활 속에서 2019. 4. 17. 09:17
4월 17일, 수요일
가장 쉽고 강력한 말은 자기가 보고 듣고 체험한 것에 대해 말할 때이다. 말하는 사람이나 증언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지만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에게는 충격적이고
다양하고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한다. 증언하는 말을 씨앗으로 삼아 자기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정제되고 벼려진 생각은 날카롭고 강해 사람을 살과 뼈를 파고든다. 반면 생각에서 나온 말은 더구나 그것이 설익은 생각이라면, 본인 자신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뿐만 아니라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도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말씀'의 봉사자로 불림받은 사람들이 사랑의 의무로 꾸준히 생각을 벼리는 것, 자신과 주변 사람을 살려내기 위한 일인 것이다.
시골에 살면서 풀을 베기 위해 낫을 갈아야 할 때가 있었다. 무뎌진 낫으로 일하면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일한 끝자리도 정갈하지 않기 때문이다. 낫을 갈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날이 '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날이 넘어버린다는 것은 낫의 가장자리가 너무 날카로워 다시 무뎌져 처음부터 다시 벼려야 한다는 말이다. 어디까지 벼려야 하는지는 눈과 촉감과 느낌으로 결정해야만 한다. 누가 가르쳐 주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체득을 해야만 하는 일이다. 말씀을 벼리는 것은 혼자하는 일이다. 벼려진 말씀을 가지고 세상안에 들어갈 때는 항상 너그러움과 자비로움과 함께 가야한다. 에디트 슈타인이 "하느님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그만큼 다시 많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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