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날입니다.
2025년의 상반기 반쪽이 잘려나갔습니다. 나를 스쳐 뒤로 물러난 시간이 나를 쫒아오지는 않을 테고, 앞에 남아 있는 얼마 안되는 시간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달려오는 것 같아 조급해집니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혼란과 아픔,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둠과 폭풍속에서 ‘두려워하지마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일상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않는 말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날의 걱정은 그날의 걱정으로 충분하니 내일 걱정을 하지 말라’는 말씀도 똑같았습니다. 그러면서 겨울의 한 가운데 있었던 2월의 황량하고 스산한 겨울숲길을 걸었습니다. 햇볕이 많이 드는 마당 한켠에서 해바라기하면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문제였는지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잠을 자려고 하면 할수록 잠과 멀어지고 잠에 대해 신경을 쓰면 쓸수록 잠드는 것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밤시간이 흐르며 밤이 깊어질수록 맑아지는 머리와 피곤으로 지쳐가는 몸을 뒤척였습니다. 겉은 멀쩡한 거 같은데 힘을 쓸 수 없는, 여름 한더위에 사력을 다해 울었던 매미가 빠져나간 매미껍데기처럼, 텅텅비어 금방 부수어질 것 같고 흐느적거리는 몸과 마음을 보고 있었습니다.
왜 이런 시간이 주어졌을까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길고 긴 어둔 밤, 터널의 끝이기를 바라지만 터널의 시작일수도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 두려울 때, 일어나 앉아 어둠속에서 한강의 시 “괜찮아”를 외웠습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이것 때문이야’라고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들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자기반성과 회한과 아쉬움을 자기연민이라 생각하며 멀리하려고 했습니다. 대신 동주 시인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를 되뇌였습니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고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7월, 25년의 하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상반기의 시간들이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언젠가 또렷이 이해하게 될 날이 오게 될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삶이 레고 조각처럼 하나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처럼 연결되어 있어, 제가 통과했던 모든 시간과 체험했던 것이 전체 삶의 한 부분이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 정도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