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 메세지 잘 보았습니다. 읽으면서 최근 읽었던 소설 <모순>의 화자 안진진이 자기 어머니에 대해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양귀자 <모순> 중에서)
어머니와 자매의 몸과 마음속에 큰 돌덩이같은 것(상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너그럽고 여유있게 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어머니와 관련된 좋지 않은 많은 기억이 있어,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거부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어머니는 자기자신과 자매의 아빠가 지긋지긋하게 밉고 싫을 것이고, 그와 관련된 일을 받아들이기 엄청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자매와 다른 형제.자매들에 대해 갖고 있는 죄책감도 엄청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바탕으로 어머니와 대화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어머니가 자매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조심하고 바꿔야 할 것도 있지만, 자매도 자매 나름 조심해야 할 것이 있을 것입니다.
자기 감정에 충실한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을 표현할 때(특히 분노, 화, 미움 등)는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만 합니다. 이 조심성.사려깊음.배려하는 마음이 가족 관계 안에서는 아주 쉽게 무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몸과 마음속에서 나오는대로 말하고, 쏟아내고, 심지어 폭력적인 행위로 표현할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말을 하고 싶을 때, ‘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잠깐이라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 비참하게 하는 말,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말 등. 이런 말은 가족간의 대화에서 독약이니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미숙함과 오판과 완고함으로 자매와 다른 가족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고통스런 일들에 대해 제가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지난 과거의 잘못에 대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어머니에게 기억하게 하는 것은 어머니를 고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 때문에 내가/우리가 이렇게 되었다‘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매와 어머니 사이에 놓여있는 돌덩이는 쉽게 치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점점 커지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고, 이렇게 되기 위해 자매와 어머니가 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긴장과 갈등 관계에 있는 대화에서 가장 필요로 한 것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인내와 잘들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는 ‘온유함’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나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온유함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예를 들면,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겠지‘, ’지금은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저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까’ 등, 그 사람속으로 들어가서 생각해 보는 것이죠.
이런 온유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대화해 보기를 바랍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을 위한 발판이 생겨나게 되길 빕니다. 이야기 할 것이 많지만, 다음에 또 이야기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