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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산에서생활글/생활 속에서 2025. 6. 15. 17:18
경기도 연천에 다녀왔습니다. 몇년 전까지 경원선의 종점이었던 신탄리역 바로 전의 대광리였습니다. 하루에 그곳까지갈 수 있는 체력이 아니어서,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고 갔습니다. 25년 전에 한 번 방문했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만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마을의 첫 느낌은 정갈함과 고요함과 평화로움이었습니다. 북한과 인접해 있는 마을이었기 때문에 이런 첫 느낌이 아주 낯설었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그곳에서 칠순기념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들었음을 드러내기가 쑥쓰러웠지만,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연천 바로 옆은 철원군입니다. 20대 초반 군생활을 했던 곳입니다. 동송리, 화지리, 금학산 등 귀에 익은 지명을 보게 되었습니다. 끊기고 검붉게 녹슨 기차 철도와 폭격을 맞아 무너진 노동당사를 다시 보았습니다. 소이산에 올라가서 철원평야를 보았고, 그 끝에 있는 북녘땅을 보았습니다. 평야를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산 봉우리들을 보았습니다. 6.25 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봉우리들입니다.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백마고지 전투가 있었던 곳이 바로 눈앞에 있었습니다. 정확한 곳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군생활 할 때 동원되어 만들었던 대전차 세멘트 옹벽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우리 민족이 평화로이 살 수 있는 때를 갈망하고 하느님께 기도드렸습니다.
오늘이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우리들의 생각과 힘과 노력과 계획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민족의 하나됨을 위해 주님의 놀라운 축복과 은총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