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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거리감리브리/책 요약 2025. 1. 28. 15:31
아시아 사람들을 상대로 한 식료품점을 연 어머니가 늦도록 집을 비운 사이, 텅 빈 식탁 앞에서 지독히 맛없는 뮈슬리를 나눠 먹던 저녁에. 고개를 수그린 채 너는 중얼거렸어. 형편없는 악기인 네 육체와, 이제 곧 불러야 할 노래 사이의 정적이 벼랑처럼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강 <희랍어 시간>, 80)
*** 보잘 것 없는 악기인 자신의 몸과 그 몸으로 불어야 할 노래 사이의 건너 뛸 수 없는 거리감.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저쪽 끝을 보는 듯, 아득하다. 불가능할 것처럼만 보이는 이곳과 저곳, 땅과 하늘, 시간과 영원, 피조물과 창조주, 절망이 아니라 깊은 슬픔이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2코린 4,7)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질그릇 같은 내 모습에 당신의 얼을 채우소서.”(가톨릭 성가 62)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2코린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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