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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 월요일
터키. 한국전쟁 때 군인들을 파견한 16개국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들을 파견한 나라이다. 1950년 10월 17일에 터키 군인 5400명이 도착하였고, 그 해 11월 28일 평양 북쪽의 군우리에서 중공군과의 전투는 전쟁사에서 길이 남을 것이라 말한다. 중공군 2개 사단에 포위된 터키군이 사흘 밤낮을 싸워 지킨 전투이기 때문이다. 한국 전에서 터키의 전사자는 717명(부산 유엔 묘지에 안장되신 분 462명), 포로 229명, 전상자 5247명, 실종자 167명이었다. 휴전 후에는 미군에 배속되어 전쟁 복구에 힘쓰다가 1966년 6월 17일 한국을 떠났다. (<동아일보>, 1966년 6월 15일 기사 요약)
사진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1973년 '토이기'(터키의 옛 한국이름) 건국 50주년을 맞이하여 터키 정부가 준 땅에 한국 정부가 기증한 탑이며 공원이다. 벽에 쓰여진 전사자들의 이름 마지막 번호가 773명이었고, 전사자들의 출생연도를 보니 대부분 1930년 전후였다. 한국전 당시 20대가 가장 많았다는 말이다.
많은 터키인들이 우리가 그들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를 더 가까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코라 성당"을 찾아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나에게 길을 안내 해준 40대의 여자도 자기의 할아버지가 한국 전에 참전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잊어야 할 것이 많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다. 자기가 받은 사랑과 친절, 자기를 위한 용서와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날 이야기처럼 들렸던 한국전의 흔적을 이국 땅에서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