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젊었을 때, 미사 끝나고 어떤 소녀가 와서 말했습니다. “신부님, 신주님은 굉장히 죄가 많으신가 봐요.”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물론 죄가 많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니?” “신부님이 강론하실 때 우리 죄를 어찌나 잘 묘사하시는지, 신부님도 그런 되를 지은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도의 체험>, 안토니 블룸/김승혜, 가톨릭출판사, 2023, 62)
*** 자기가 체험한 것에 대해서는 쉽고 단순하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체험한 것을 마음속으로 보면서,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하고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외적 체험이든 내적 체험이든 자기 체험이 없는 상태에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게 되면, 말과 글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건조하고 딱딱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없습니다. 말과 글이 재미가 없고 설득력과 힘이 없습니다.
이런 살아있는 체험이 특별한 사람, 특별한 경우에 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매일 일어나는 일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대한다면 그 안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말을 버버거리고, 글을 난삽하게 쓰고, 쓴 글에 힘이 없다면 어쩌면 우리가 일상의 일들을 건성으로 대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1요한 1.1) 이런 사람의 말을 어찌 귀담아 듣지 않겠습니까. 그가 선포하고 믿는 것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살아있는 체험은 하나의 사건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 사건을 통해 우리가 변하게 됩니다. 최소한 변화의 길을 향해서 나가게 됩니다. 일상에서 새롭고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평범한 것을 온몸과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