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윌이 하루 남았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위가 하루빨리 물러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오는 착각일 수 있다. 그나마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도 들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더워질지 걱정이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한 6월 말, 글방 여름 방학 '고전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고전 중의 고전인 《성경》을 읽어보자라는 의견이 있었다. 당연히 '성경읽기'는 개인에게 맡기고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대로 '고전 읽기'에 충실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지만 글방 운영자로서 '성경 통독'에 대한 의견이 소수이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글방에서 언젠가 한 번 함께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성경이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절충안은 '고전 읽기'라는 방학 프로그램 안에 '고전읽기'와 '성경 통독', 두 팀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모임도 개별 글방들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방에 속해있는 사람들도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게 열어놓자고 결정했다. 모임방식을 개별 글방에서 전체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비대면 모임을 위한 좋은 도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전읽기'에서 함께 읽기로 했던 책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엘리스 먼로의 《거지 소녀》였다.
《자기 앞의 생》은 실제 나이는 열네 살이지만 자기 열 살이라고 알고 있는 고아 모모가 전직 창녀였던 로자 할머니와 살면서 겪는 소소한 일들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웃에 살고 있는 양탄자를 팔아 생활하고 있는 하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서 모모가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되어가는 내용이었다. '고전읽기'에 참여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책이었다. 책에 대한 내용과 책을 읽은 다음에 느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서도 부담 없이 나눌 수 있었다. 《거지 소녀》는 읽고 이해하고 나눔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책이었다. 그렇지만 책을 읽은 다음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이해했던 것을 공유하고 그것이 나의 이해와 연결되면서 좀 더 깊고 높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체험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게 다가왔던 《거지 소녀》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지는 참여자들을 보면서 놀라웠고 기쁨이 컸던 책이었다.
《신약 성경》 통독자들과 만나 나눔을 했던 네 차례의 비대면 모임은 매 번 은총과 축복의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말씀과 거리감을 두고 있었던 사람이 말씀에 대한 갈망이 생겨나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고, 하느님 말씀으로 자기가 힘을 얻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말씀은 하나지만 읽는 사람이 저마다 그것을 다른 말씀으로 만나고, 그 말씀이 자신의 삶에서 육화되어가는 삶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기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알기 쉽고 자신감 있게 증언하는 사람을 보고 들으면서 그 사람과 똑같이 힘을 얻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했던 성경 학자들의 강의뿐 아니라 하느님 말씀에 관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주 감동적이라는 것을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일모레면 9월이다. 뜨거웠던 지난여름에 건져 올린 말을 기억한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거죠?" "보라, 내가 곧 간다. 나는 알파이고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 이번 여름에 고생한 것이 풍성한 결실로 변화되기를 바란다.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는 시간들이 나에게 다가 온다. Come Sept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