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 스물네 살의 죤 스튜어트 밀(1806-1873)은 자신의 철학처럼 품위 있는 사람에 빠졌다. 상대는 애가 둘이나 딸린 유부녀 핼리엇 테일러였다. 밀은 그녀를 ‘깊고 강한 감성의 소유자이며 예민하고 직관적인 지성을 갖추었으며 뛰어나게 명상적일뿐더러 시적 자질을 갖춘 여성’이라고 극찬했다. 남편이 있었음에도, 밀은 그녀를 깊이 사랑했다. 불륜이라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한 이 삼각관계는 밀 가족들의 반대를 빼고는 어떤 추문도 낳지 않았다. 둘의 관계는 철저하게 정신적인 사랑이었다. 테일러 부인은 밀에게 좋은 친구였을 뿐 아니라 훌륭한 학문적 파트너였다. 일은 <자서전>에서 테일러 부인과의 만남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제’라고 적었다. 둘의 정신적 사랑은 20년 넘게 계속되다가 핼리엇의 남편이 죽은 지 2년 뒤에 비로소 결혼으로 맺어졌다. 그러나 로맨틱한 연애는 비극으로 끝나야 더 아름다운가 보다. 아내 핼리엇이 결핵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이 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7년 만에 끝나고 말았다.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돼지의 철학에서 인간의 철학으로”, 안광복, 웅진 하우스, 2007,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