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 바오로라고 불리는 사람. 예수 다음으로 그리스도교에 역사에서 큰 영향을 끼친 사람입니다. 베드로 사도와 두 기둥을 이루어 초대 교회의 지도자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적인 신학, 그리스도론, 교회론, 은총론 등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던 사람이고 인간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던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바오로야 말로 그리스도교의 창시자라고 과장된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바오로,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떤 품성과 인격을 지닌 사람이었을까?
베냐민 지파 사람이었고, 바리사이로서 조상들의 믿음에 충실했으며, 첫번째 순교자였던 스테파노의 죽음에 적극 개입했으며, 로마 시민권자로서 당시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 많았던 사람입니다.
세 차례의 전도 여행을 하면서 소아시아와 마케도니아에 아카이아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지칠줄 모르게 전파했습니다. 자신의 뿌리였고, 자신이 교육받았던 유다인들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그에 항소하여 로말로 압송되었던 사람. 죄인이었지만 로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복음을 전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로마에 대화제가 났을 때 많은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붙잡혀 참수되었습니다. 참수되었을 때, 잘린 그의 목이 세 번 튀었고, 그곳에 세 개의 샘이 생겨 지금까지 지금까지 샘물(tre fontana)이 솟아나고 있다는 사람.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아우엘리우스 황제가 건축했다는 로마의 성벽이 있고, 이 성벽 밖에 바오로를 기념하는 대성전(Basilica Papale di San Paolo fuori le mura)이 있습니다.
바오로 대성전을 들어가자 마자, 뜰에 세원진 그의 거대한 대리석상을 만나게 됩니다. 왼손에 성경을 들고 오른속으로 칼을 움켜 쥐고, 두건을 깊게 눌러 쓴 모습.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열정이 온몸에 스며들어 있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내리누르는 위압감과 중압감이 전해집니다. 누구가 가까이 갈 수 있는 친밀감과 온화함 보다는 가까이 할 수 없는 두려움입니다. 이 두려움은 사도행전과 그가 쓴 편지들을 통해 알고 있는 그의 삶과 오버랩되면서 더욱더 증폭됩니다. 무서운 사람, 강한 사람,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 불가능을 모르는 사람,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앞으로 밀고 나갔던 사람. 이것이 바오로 사도에 관한 인상입니다.
바오로라는 사람은 이렇게 우리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사람이었을까요?
바오로의 이런 모습과 반대로 그가 얼마나 다정다감했던 사람이고, 자기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고 자상하게 대해 주었는지, 그가 쓴 편지 이곳저곳에 자주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편지의 말미에 있는 안부를 묻는 대목에 바오로의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로마서 끝부분에 있는 16장에는 로마에 살고 있는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내용입니다. 이 부분을 읽다가 “주님 안에서 선택을 받은 루포스, 그리고 나에게도 어머니와 같은 그의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로마 16,13) 키레네 사람 시몬의 부인이었던 루포스의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평범한 내용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바오로 사도가 결코 무서운 사람만은 아니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이런 온화한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필레몬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시 읽었습니다. 그곳에서 바오로는 필레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필레몬)가 나를 동지로 여긴다면, 나를 맞아들이듯이 그(오네시모스)를 맞이하여 주십시오. 그가 그대에게 손실을 입혔거나 빚을 진 것이 있거든 내 앞으로 계산하십시오. 나 바오로가 이 말을 직접 씁니다. 내가 갚겠습니다.”
이 짤막한 편지에 바오로가 오네시모스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뿐 아니라, 그가 필레몬에게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필레몬에게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큰 확신을 가지고 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명령할 수도 있지만, 사랑때문에 오히려 부탁을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랑. 사랑은 위험이나 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처지에서 자기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게 합니다. 무모한 부탁을 겸손하게 할 수 있게 합니다. 굳은 표정과 굳은 마음이 녹아나게 합니다.
그리스도를 믿었던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살기등등했던 사울. 한 손에 칼을 쥐고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있는 바오로의 온 삶과 그의 몸과 뼈속 깊이 파고 들어가 있었던 주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열정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우리 삶에서 육화 될 때, 우리는 강하면서 온화한 사람으로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