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마음으로 문장을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잘 되지만, 손으로 문장을 만드는 사람은 절대 잘 될 수 없다”란 구절이 나온다. 마음과 글이 하나이며 마음이 바르면 좋은 글이 나온다고 보았다. 정약용도 문장이란 “마음 깊숙한 곳에 쌓아둔 지식이 절로 밖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선조들은 마음과 글을 하나의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마음먹은 것과 다르게 글이 나온다고 불평한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왜 다른지 의문을 제기한다. 글을 쓰는 방법 면에서 보자면 마음이나 생각이 바로 글로 표현될 수는 없는 것이다. 많은 학자가 지적하듯이 사람의 생각과 글의 논리는 서로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단절되어 있으며, 횡단적이고 비약이 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이 복잡할 때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한다. 마음 다잡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을 잘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글을 잘 쓸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생각만 따라가다 글의 논리나 흐름을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은 즉흥적이며 빠르고 일회적이다. 글은 고정되어 있고, 시각적이며 논리적이다. 글은 눈으로 확인하고 논리의 흐름을 따져보아 고칠 수가 있다. 그래서 매번 강조하는 것은 글을 쓸 때 문장의 흐름에 따라 글을 다듬고, 수정하라는 것이다.
생각을 글로 옮길 때 생각의 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문장에 나타난 의미를 찬찬히 따라가야 한다. 독자는 오직 글에서 나타난 의미만을 보고 필자의 생각을 판단하고 추론한다. 우리 생각에 문장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우리의 생각을 맞추는 것이다. (<문장의 비결>, 235-236)